이것도 재료... SLOW TIME

어느 날 문득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난 내 인생을 살면서, 대체 무엇을 하고 무엇을 이루었는가?

국민학교 시절이었다. 아마도 도덕시간이나 그런 것이었다고 기억된다. 너무 오래 되어서 정확히 생각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꿈이 무엇이냐는 주제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던 것 같다. 난 그 주제를 보며 몇 시간 동안 생각했다. 꿈이란 것은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말하는 것인가? 난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가?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난 이 질문들 중 하나도 대답하지 못했다. 아마도 거짓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 여기도 나왔던 것이겠지. 꿈이란 정체도 모를 것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듯이 떠들어 대는 것을 난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꿈이란 대체 뭐지? 난 뭐가 되고 싶은 게 있나?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난 모른다.

결국 난 앞에 반 친구들이 말한 것을 따라 말하는 것으로 그 자리를 넘겼다. 무엇을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거짓말을 해 버렸다는 것만 생각난다.

그렇게 난 꿈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도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꿈이란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오늘과 내일이 중요할 뿐, 먼 훗날의 일이라던가 하고 싶은 일이라던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아니, 여유가 아니다. 단지 잊혀졌을 뿐이다.

적당히 공부해서 적당한 대학에 들어가고 군대에 다녀왔더니 앞날이 불안해져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좋은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적당한 회사에 취직했다. 회사에서 만난 여자와 만나 사귀게 되고 결혼도 하게 되었다. 1년 뒤에는 딸을 가지게 되었고 3년 뒤에는 아들을 가지게 되었다. 나의 인생은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하는데 소모되기 시작했고 나도 거기에 아무런 불만도 없었을 터이다. 그런데 난 왜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되어버린 것일까? 난 분명히 많은 것을 이루어 내지 않았던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야. 난 많은 것을 했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회사에도 들어가고 결혼도 하고 애들도 낳고...

[단지 죽지 않고 살아있을 뿐이야]

아니야. 난 충실하게 살아왔어.

[넌 진짜로 무엇을 하고 싶어 하지?]

내가 하고 싶은 것......

[너의 꿈은 뭐지?]

나의 꿈... 나의 꿈은......


덧글

  • 히무라 2010/06/27 00:45 # 답글

    흠, 자신이 진정 뭘 하고 싶은가는... 흥미로운 재료면서도 꽤나 까다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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