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사람들이 고기를 먹을 때 어떤 생각을 하면서 먹을까, 혹시 알아?”
“글쎄요... 전 채식주의자라서.”
“정답은 ‘맛있다. 아니면 맛없다. 그럭저럭’ 즉, 같은 맛에 대한 감상이야.”
“뭐, 그건 그렇겠네요.”
“완성된 음식을 먹는 입장이 되어버리면 그 음식에 대한 감상밖에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이야기지. 좋아, 그럼 다음 질문.
사람은 고기가 되기 전의 동물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으음... 불쌍하다?”
“맞아. 살아있는 동물을 보면 왠지 음식으로 보기가 힘들어지지. 그렇다고 그런 모습을 본다고 해서
사람들이 고기를 먹지 않는 건 아니잖아? 살아있는 것을 보고 생명의 신비라느니 뭐라느니 지껄이는 주제에 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선 아무런 생각이 없다니,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아?”
“전 다른 사람의 생각 같은 건 몰라서.”
“상상력이 부족한 녀석들에게 뭐라 할 생각은 없어. 그럼, 그 생명을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은 어떨까?
그 사람들은 분명히 별 생각도 없이 생명을 죽일 거야. 마치 공장에서 마구 뽑아내는 물건들처럼 고기를 만들 거란 말이지.
혹시 바다에서 상어 잡는 사람들 모습 봤어? 바다색이 붉은 색이라고. 적조도 아닌데 바다를 부끄럽게 만들어 버렸단 말이야.
그럼 돼지를 해체하는 사람은? 저번에 TV에서 봤는데 한 마리를 몇 십분 만에 전부 분해해 버리더라고.
아주 깨끗하게. 존경하고 싶어 졌다고.
뭐 그래도 그런 사람들에게도 조금은 불쌍하다는 생각을 할 감성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진짜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일을 안 해. 그래, 단지 일이니까.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뿐 이야.
넌 그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나?”
“전 모르겠는데요.”
“살기 위해선 고기를 먹어야 한다. 고기를 먹기 위해선 생명을 죽여야만 하지. 그리고 그 일은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것이야.
하지만 그들은 그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있어. 자기들은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고 멋대로 하고 싶은
말을 지껄이는 거야. 옛날부터 그랬어. 백정이니 뭐니 하면서 가까이 다가가는 것 도 싫어했다니까. 자기들은 우리가 잡은
고기를 먹으면서 말이야. 난 그게 참을 수 없이 짜증나.”
“아저씨는 고기 만드는 일을 하시나보죠?”
“뭐, 그렇지.”
“남에게 비난받기 싫으시면 다른 일을 하면 되지 않아요?”
“아, 그건 안돼. 난 이 일이 마음에 드니까. 남이 뭐라 하든지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만 둘 순 없어.”
“동물을 죽이는 일이 즐거운 가요?”
“죽이는 일 자체는 즐겁지 않아. 피도 많이 묻는 경우가 많은데다 귀찮으니까. 하지만 가축을 사육하던 놈들 몰래 빼내는 일은
상당히... 아, 이런 못들은 걸로 해줘.”
“.......”
“아아, 그렇게 냉정하게 몸을 돌리진 마. 나도 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진 않으니까. 그러니까 내 말을 조금만 더 들어줘.
어차피 너도 지금 시간 많잖아?”
“죄송하지만 저 빨리 학교에 가봐야 해서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너도 나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같은 일을 하게 될 것 같아.”
“전 그런데 관심 없어요.”
“관심과는 상관없어. 넌 언젠가는 하게 될 거야. 그게 사육이 될지 사냥이 될 지는 너 하기 나름이겠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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